UX Korea 2026 : AI가 디자인하는 시대의 디자이너
최근에 기회가 되어 UX Korea 2026 Fall 컨퍼런스에 다녀오게 되었다.
AI가 디자인하는 시대, 디자이너는 무엇을 디자인하는가?
최근에 기회가 되어 UX Korea 2026 Fall 컨퍼런스에 다녀오게 되었다.
이번 컨퍼런스는 「인터페이스를 넘어 인텐트(Intent)로: AI와 디자이너가 함께 만드는 공존의 UX」라는 주제로 구성되어 있었다.
AI가 단순히 디자인을 도와주는 도구를 넘어, 이제는 직접 화면을 만들고 코드를 작성하고 나아가 하나의 작업을 수행하는 시대가 되면서 디자이너와 AI가 어떤 방식으로 함께 일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요즘 UX와 AI에 대한 글이나 사례를 찾아보면서 비슷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다만 아쉽게도 오후에는 따로 일정이 있어서 오전 강연만 들을 수 있었다ㅜㅜ
하루 종일 듣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짧게 들었던 오전의 강연들만으로도 생각할 거리가 꽤 많았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각각의 발표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에는 하나의 질문으로 모이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점이다.
AI가 디자인을 점점 더 잘하게 된다면, 디자이너는 무엇을 해야 할까?
화면을 만들기,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기,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등 지금까지 디자이너가 직접 해왔던 많은 일들을 AI가 대신할 수 있게 되고 있다. 그렇다면 디자이너에게 남는 일은 무엇일까?
이번 글에서는 오전에 들었던 네 개의 강연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AI 시대에 디자이너의 역할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려고 한다.


디자인은 결과물을 만드는 일일까?
첫 번째 발표에서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디자인을 바라본다.
디자인을 생각하면 보통 완성된 결과물을 먼저 떠올린다. 로고, 포스터, 웹사이트, 앱 화면처럼 눈에 보이는 것들이다.
그런데 디자인을 결과물이 아니라 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도구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발표자는 자신의 작업 경험을 통해 MIT Media Lab의 아이덴티티 시스템, CMS, 웹 타이포그래피 도구, 데이터 기반 출판 시스템 등을 이야기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업들이 하나의 결과물을 만드는 것보다, 결과물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로고를 만드는 대신 수많은 변형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디자이너가 만든 것은 로고 하나가 아니다. 로고를 만들어내는 규칙 자체를 만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디자인의 범위가 조금 달라진다.
디자이너는 화면을 만드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 화면을 만드는 도구를 만들고
→ 그 도구가 작동하는 규칙을 만들고
→ 사람들이 그 도구를 사용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사람
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도구도 누군가가 디자인한 것이다
이 이야기가 재미있었던 이유는 여기서부터였다. 우리는 Photoshop이나 Figma, InDesign 같은 도구를 너무 당연하게 사용한다. 그래서 도구는 마치 중립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파일 포맷도 누군가 만들었고, 텍스트가 줄바꿈되는 방식도 누군가 정했고, 화면의 버튼이 어디에 위치할지도 누군가 결정했다. 심지어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측정 단위나 기술 표준 역시 누군가가 만들어낸 결과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는 단순히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이어야 할까? 아니면, “왜 이 도구는 이렇게 만들어졌을까?” 라고 질문하는 사람이어야 할까? 발표에서 Adobe나 Windows 같은 사례를 이야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회사가 커지고 조직이 복잡해질수록 제품은 사용자의 문제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조직의 구조와 이해관계, 각 팀의 목표가 제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결국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페이스에는 그 조직의 구조가 어느 정도 흔적처럼 남게 된다. 그래서 디자인을 비평한다는 것은 화면을 예쁘게 만드는 방법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 화면을 만들어낸 시스템까지 바라보는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AI Agent는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까?
두 번째 발표에서는 이 질문이 조금 더 구체적인 형태로 등장한다. 요즘 AI Agent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문제는 만드는 것과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삼성 SDS의 발표에서는 실제 기업 환경에서 AI Agent를 만들었지만 조직에서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 이유를 몇 가지로 설명했다.
Agent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거나,
무엇을 잘 만들었다고 평가해야 하는지 기준이 없거나,
어디까지 AI에게 맡기고 어디부터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지 불분명하거나,
계속 수정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는 문제 등이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내가 그 AI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모른다면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회사에 새로운 동료가 들어왔다고 생각해보자. 그 사람이 일을 아주 잘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동료는 아닐 것이다.
어떤 일을 맡겨야 하는지,
어디까지 자율적으로 행동해도 되는지,
어떤 상황에서는 나에게 물어봐야 하는지,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일이 무엇인지
이런 것들이 함께 정해져야 한다. AI Agent도 비슷하다.
그래서 발표에서는 Agent를 단순히 똑똑한 도구가 아니라 믿을 수 있고, 통제할 수 있으며, 계속 함께 일할 수 있는 존재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AI에게도 UX가 필요하다
여기서 AXD(Agent Experience Design)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기존 UX가 화면과 인터랙션을 중심으로 사용자의 경험을 설계했다면, Agent UX에서는 "Agent는 무엇을 해야 할까?, 사람은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까?
Agent가 하면 안 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정보를 가지고 판단해야 할까?"와 같은조금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발표에서는 이를 Persona, Human Involvement, Guardrail, Grounding이라는 네 가지 요소로 설명한다.
결국 AI 시대의 UX 디자이너가 해야 하는 일은 화면을 그리는 것만이 아니다. AI가 어떤 방식으로 행동해야 하는지를 설계하는 것까지 포함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생긴다. AI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려면, “좋은 행동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디자인 시스템을 알려줬는데 왜 우리다운 화면이 나오지 않을까?
세 번째 발표가 바로 이 문제를 이야기한다. LG전자에서는 실제로 디자인 시스템을 AI와 연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디자인 시스템에는 컴포넌트도 있고, 토큰도 있고, 가이드도 있고, 실제 디자인 결과물도 있다. 그렇다면 이것을 AI에게 주면 우리 회사다운 화면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결과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같은 디자인 시스템을 사용하고 같은 요구사항을 입력했는데도 결과물이 계속 달라졌다.
어떤 화면에서는 가격을 강조하고,
어떤 화면에서는 구매 버튼을 강조하고,
어떤 화면에서는 조금 더 에디토리얼한 방향으로 제안했다.
분명 같은 디자인 시스템을 사용했는데 말이다. 왜 그럴까?
디자인 시스템은 ‘무엇을’ 알려주지만 ‘왜’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디자인 시스템은 어떤 버튼이 있는지, 어떤 컬러를 사용하는지, 어떤 컴포넌트를 조합할 수 있는지 등 AI에게 많은 것을 알려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디자인에는 항상 그보다 앞선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먼저 보여줄 것인가?
무엇을 강조할 것인가?
무엇을 숨길 것인가?
언제 정보를 더 보여주고, 언제 덜 보여줄 것인가?
이런 판단은 디자인 시스템에 잘 적혀 있지 않다. 예를 들어 같은 금융 서비스라도 토스와 다른 증권 서비스의 화면은 다르다. 단순히 컴포넌트가 달라서가 아니다. 서비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서비스는 복잡함을 숨겨서 처음 투자하는 사람의 진입장벽을 낮추려고 하고, 어떤 서비스는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서 전문적인 판단을 돕고자 한다. 결국 화면을 만드는 것은 컴포넌트의 조합만이 아니다. 그 전에 수많은 질문이 있다.
“우리 서비스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이 상황에서 사용자가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기능을 쉽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가, 정확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가?”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최종 화면을 만든다.
디자이너의 머릿속에는 있는데 문서에는 없는 것
그래서 발표에서는 재미있는 개념을 이야기한다. 바로 디자이너의 암묵지다.
디자이너끼리는 가끔 이런 대화를 한다. “여기서는 Step by Step으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이 정도 정보량이면 이걸 굳이 보여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이 상황에서는 이 버튼을 더 강조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오랜 경험을 통해 몸에 배어 있는 판단이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이런 암묵적인 설명이 통하지만 AI에게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앞으로 필요한 것은 디자인 결과물을 더 많이 모으는 것만이 아니라, 디자이너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를 언어와 규칙으로 바꾸는 것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단계가 많으면 Step by Step으로 한다.” 보다, "입력 항목이 많고 인지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는 사용자가 한 번에 처리해야 하는 정보를 줄이기 위해 단계별 구조를 사용한다.”가 AI에게는 훨씬 명확하다.
결국 디자인 지식은 원칙 → 맥락 → 판단 → 패턴 → 결과물의 형태로 연결되어야 한다.
디자인 시스템이 AI에게 무엇을 조립할지 알려주는 것이라면, UX Knowledge는 언제 무엇을 조립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셈이다.


AI의 또 다른 문제 : 구현이 빨라지고 있다?
네 번째 Figma 발표에서는 조금 다른 문제가 등장한다. AI를 사용하면 아이디어를 실제 결과물로 만드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진다. 예전에는 디자인 파일을 만들고, 개발을 하고,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는 AI를 통해 웹사이트나 앱을 빠르게 만들 수 있고, 디자이너가 직접 코드를 수정하는 것도 가능해지고 있다. 말 그대로 아이디어와 구현 사이의 거리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건 굉장히 좋은 변화처럼 보인다. 그런데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AI는 내가 생각한 것을 너무 잘 발전시킬 수 있다
AI Agent와 대화를 하다 보면 이런 경험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처음에는 별로였던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런데 AI에게 조금 수정해달라고 하고, 다시 개선해달라고 하고, 또 개선해달라고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꽤 괜찮은 결과물이 나온다. 문제는, 그게 정말 좋은 아이디어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AI는 내가 올라가고 있는 언덕을 더 빨리 올라가게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애초에 다른 언덕이 더 높은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즉, AI는 현재 아이디어의 최적화에는 굉장히 강하지만, 우리가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까지 자동으로 결정해주지는 않는다. 이 지점에서 다시 디자이너의 역할이 중요해진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디자이너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네 개의 강연을 듣고 나니 처음에 들었던 질문에 대한 답이 조금은 보이는 것 같았다.
AI가 디자인을 잘하게 되면 디자이너가 필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가 해야 하는 일이 달라지는 것에 가깝다.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정의하고, 누구를 위한 경험인지 생각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고, AI가 만들어낸 수많은 결과 중 무엇이 좋은지 선택하는 것.
결국 ‘무엇을 만들 것인가’와 ‘무엇이 좋은 디자인인가’를 결정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는다.
그리고 AI 시대의 UX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질문도 아마 이것에 가까워질 것 같다.
“AI가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만들게 해야 하는가?”
이번 세미나에서 얻게된 질문이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생각해보면 좋을 듯 하다.
References
- 01UX Korea 2026 Fall — onoffmix.com
Written by
이수연
UX 심리학과 사용자 리서치를 중심으로 씁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오래 붙잡고 보는 편입니다.


